여관 화재사건
손해배상(기) [대법원 2000.11.24, 선고, 2000다38718, 판결]
I. 사실관계
망인은 1996. 10.29 21:00경 아산시 온천동 소재 피고가 경영하는 여관 3층에 투숙하였다가 같은 날 22:00경 위 객실에서 발생한 화재로 인하여 유독가스에 질식된 채 화상을 입고 사망하였다. 이 사건 화재는 망인들이 선풍기 위에 널어놓은 양말과 수건 등이 날개 부분에 걸리면서 모터의 과열로 발화가 일어났다. 피고는 3층에 정전이 되고 화재경보기가 울리며 복도에 연기가 차 있는 것을 보고서도 화재 발생사실을 알리지 아니하고 복도 창문만 연 후 1층 카운터로 내려왔고, 급박한 상황하에서 고객들의 보호를 위한 적절한 대응조치를 취하지 못하였다. 이에 망인들의 유족들은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다.
II. 판례 및 검토
1. 숙박업자의 투숙객에 대한 보호의무
판례는 “공중접객업인 숙박업을 경영하는 자는 고객의 안전을 배려하여야 할 보호의무를 부담하며 이러한 의무는 숙박계약의 특수성을 고려한 신의칙상 부수의무로서 이를 위반한 경우 불완전이행으로 인한 채무불이행책임을 부담한다. 이 경우 피해자로서는 구체적 보호의무의 존재와 그 위반 사실을 주장·입증하여야 하며 숙박업자로서는 통상의 채무불이행에 있어서와 마찬가지로 그 채무불이행에 관하여 자기에게 과실이 없음을 주장·입증하지 못하는 한 그 책임을 면할 수는 없다.”라고 하여 숙박업자의 투숙객에 대한 보호의무를 인정하였다.
2.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
유족들은 피고가 고객의 안전을 배려하여야 할 보호의무를 위반하여 숙박계약을 불완전이행함으로 인하여 망인이 사망에 이르게 되었음을 이유로 피고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경우 유족들의 위자료 청구 가능 여부에 관하여 판례는 “숙박업자가 숙박계약상의 고객보호의무를 다하지 못하여 투숙객이 사망한 경우 숙박계약의 당사자가 아닌 그 투숙객의 친근자가 그 사고로 인하여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 하더라도 숙박업자의 그 망인에 대한 숙박계약상의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위자료를 청구할 수는 없다.”라고 하였다.
3.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
이 사건에서 유족들의 위자료까지 청구하기 위해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를 생각해볼 수도 있다. 그런데 채무불이행에서는 채무자가 자기에게 책임 없음을 입증하여야 하나, 불법행위에서는 피고의 고의 또는 과실의 입증책임이 원칙적으로 피해자에게 있다. 또한 이 사건 화재의 경우 망인들의 과실이 크기 때문에 피고에게 불법행위의 고의 또는 과실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에 유족들은 불법행위가 아닌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한 것으로 보인다.
III. 평가
이 사건에서 대법원의 결정은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에 대한 원심판결의 법리오해의 위법을 정확히 지적하였다. 하지만, 피고의 채무불이행 책임을 인정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극심한 정신적 피해를 입게 된 유가족에게 최소한의 금전적 보상도 이루어지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재고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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