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 4월 9일(목) 한국엔지니어링협회(KENCA)와 SCL Korea가 공동으로 주최한 국제계약 세미나에 다녀왔습니다.
올해 주제는 "엔지니어링 산업의 글로벌 분쟁해결 및 국내 법적 현안 점검"이었고, 싱가포르 국제 중재, Third Party Funding, 노란봉투법, 해외 프로젝트 법적 환경 변화 등 다양한 세션으로 구성되었습니다.
엔지니어링 관련 법제 전문가는 아니었지만 평소 글로벌 분쟁해결에 관하여 관심을 가지고 있어서 참석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오늘의 마지막 세션이었던 덴톤스리 김경호 변호사님의 세션이 가장 기억에 남았습니다.
김경호 변호사의 발표 주제는 해외 프로젝트를 둘러싼 법적 환경의 변화와 대응이었습니다. 크게는 두 가지 주제를 다뤘는데, 법령 변경(Changes in Law)과 불가항력(Force Majeure)이었다.
먼저 법령 변경 이슈로는 해외 프로젝트를 수행하다 보면 현지 노동법이나 환경법 등이 계약 체결 이후 바뀌는 경우가 생기는데, NEC4 ECC 계약의 경우 Option X2 조항을 통해 계약 체결일 이후 현장 소재 국가의 법령 변경을 보상 이벤트(Compensation Event)로 인정하는데, 이를 활용하면 추가 비용이나 공기 연장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반면 많은 해외 계약에서는 법령 변경에 따른 고용 비용 증가를 예외 사항으로 규정해 시공사가 리스크를 부담하도록 하는 경우도 많으며, 계약 체결 단계에서 이 조항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고 합니다.




다음으로는 불가항력 관련 이슈인데, 발표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RTI Ltd v MUR Shipping BV [2024] UKSC 18 판결 소개였습니다. 이 사건은 미국의 제재로 달러 결제가 불가능해지자 선박 소유자가 이를 불가항력으로 주장한 사안이었습니다. 용선자 측은 유로로 결제하면 경제적으로 동일한 결과를 달성할 수 있다며 불가항력 주장에 반박했는데, 영국 대법원은 결국 "계약상 대체 이행을 수용할 의무는 없다"며 선박 소유자의 손을 들어줬다고 합니다. 즉, 경제적으로 동일한 결과를 가져오는 대안이 있더라도 계약에 없는 방식의 이행을 강요받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최근 이란 전쟁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 상황을 예시로 들며 불가항력의 자동 면책은 없고, 계약 조항과 구체적 사실관계에 따라 판단이 달라진다는 점도 강조하셨습니다.
세미나 전반을 통해 느낀 것은, 해외 프로젝트에서 법적 리스크는 공사 중에 갑자기 생기는 게 아니라 계약서에 이미 내재되어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법령 변경이나 불가항력 조항이 어떻게 설계되어 있는지에 따라 나중에 클레임 가능 여부가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에, 계약 협상 단계에서부터 이 부분을 꼼꼼히 검토해 두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