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한국사내변호사회 경영도서읽기동호회에서 주최한 북콘서트 행사에 다녀왔습니다.
이번 북콘서트는 산업통상자원부 통상분쟁대응과의 김세진 과장님이 <조건부 자유무역 시대>라는 책에서의 인사이트를 공유해주셨습니다.
김세진 과장님은 서울대학교를 졸업한 후 미국 워싱턴대학교 로스쿨을 졸업한 미국 변호사이신데, 법무법인 태평양에서 국제통상 업무를 오랫동안 수행하시다가 최근에는 산업통상자원부에서 근무하고 있으셨습니다.

오랫동안 세계는 WTO(자유무역기구)를 중심으로 한 자유무역경제 체제를 유지해왔는데, 최근 트럼프의 관세정책을 비롯하여 통상 질서가 급변하는 상황입니다.
여전히 자유무역시대이기는 하지만 이제 전략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는데, 과장님은 이를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조건부 자유무역 시대“라고 보고 있으셨습니다.
이 책은 "생존을 위한 강대국 전략"이라는 부제를 가지고 있는데, 과장님은 무역 분야에서 전 세계 강대국은 미국, EU, 중국, 인도 4개국으로 보고 있으시더라구요.

과장님은 국제통상의 시작은 “미국”이었다고 강조하시면서, 미국의 정치적 상황에 대해 깊이 설명해주셨습니다.
”앞으로의 경제질서는 네 산업 거인의 발걸음 위에서 균형을 찾을 것이다“라고 하시면서 네 산업 거인이 앞서 말씀하신 네 강대국이라고 하셨습니다.
미국은 과거 뉴딜 정책, NASA 우주개발 등의 산업정책 외에는 별도의 산업정책은 벌이지 않았는데, 이제 강대국들이 산업 경쟁력을 지키기 위해 산업정책을 펼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도 박정희 정부 당시 경제개발 5개년 계획 등을 진행한 바 있는데, 그런 산업정책을 강대국들이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트럼프 정부의 정책은 온쇼어링 정책을 통해 일단 미국에 들어오도록 하여 제조업 기반을 재건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의 중심에는 백악관 정책보좌관인 스티븐 마일러가 있는데, 약달러와 영구국채 발행 등의 정책 등을 추진하는 배경이 되었다고 합니다.

반대로 EU의 산업정책은 그린딜, 탄소중립, ESG 등을
강조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이런 정책들은 직접적으로는 산업정책이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잘 살펴보면 유럽 내의 산업을 지키기 위해 들어오기 어렵게 만드는 정책들로 보입니다.
같은 조건부 자유무역시대이지만 미국과 EU가 정반대의 정책을 펼친다는 점이 꽤나 흥미로웠습니다.

중국은 BYD, DJI, 로보락 등 전 세계를 선도하는 IT기업등을 중심으로 급격한 성장을 하고있는 상태입니다.
산업정책은 강력한 추진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자유무역체제와 양립하기 어려운데, 중국의 정치체계가 이를 가능하게 한 것으로 보입니다.
EU는 국가가 나뉘어져 있고 많은 민주주의 국가들이 의시결정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반면 중국은 일관된 정책을 밀어부쳤고, 최근 트럼프 정부의 강한 추진력도 이러한 세계적 추세를 반영하는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인도는 아직 미국, EU, 중국에 비해서는 영향력이 약하지만 앞으로 전 세계를 주도할 수 있는 잠룡으로써 성장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강대국들의 산업정책은 통상정책에도 영향을 주고 있고 더 이상 이런 정책들이 산업이나 통상 관련 부서에 국한되지 않고 각 국가의 대통령이 직접 추진해야 하는 수준의 과제가 되어가는 모양새입니다.
아울러 과장님은 우리나라가 앞으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일본과의 협력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하셨습니다.

“보이지 않는 손”이 자유무역시대를 표현하였다면, 이제 조건부 자유무역시대에는 ”보이는 손“이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조건부 자유무역시대에 5가지 통상규제 트렌드로는 (1) 기후 녹색 전환, (2) 첨단기술 규제, (3) 공급망 안보, (4) ESG 실시, (5) 보조금 & 국산화를 꼽으셨습니다.

미국에서는 방산, AI 기업들이 크게 성장하고 있는 반면, EU에서는 각종 규제들이 성장을 가로막고 있는 모습입니다.
예를 들어, 스탠포드 대학에서 AI를 이용하여 3장만으로 그 사람의 sexual orientation을 파악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였다고 합니다.
반면, EU는 AI Act를 만들어서 편견을 만드는 AI 개발을 법으로 막고 있어서 완전히 대비되는 모습입니다.

수출통제라는 것은 군사적인 목적 외에는 무관심하다는 충격적인 인사이트도 공유해주셨습니다.
가령 20년 전 휴대전화 기술은 엄청난 군사기술이었지만, 이제 군사적 영역과 상업적 영역이 혼재된 모습을 띄고 있는 양상이라는 것입니다.
결국 상업적 목적으로 수출규제를 하는 것 같아보이지만, 실제로는 군사적 목적이 핵심이었다니 놀라웠습니다.

과장님은 적응하는 질서는 진화하고, 그렇지 못하는 질서는 절멸하는데, 자유무역은 이제 진화의 시험대 위에 올랐다고 보고 있으셨습니다.
결국 신산업정책 시대에서 WTO는 더 이상 분쟁해결의 역할보다는 UN과 같은 포럼의 역할로 변화할 것으로 예상하였습니다.
결국 기업은 country-by-country 규제맵을 구축해야 하고, compliance-by-design으로 제품 기획단계부터 각국의 규제 리스크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씀하셨어요.

1963년에 고 이병철 삼성창업자가 “우리가 잘 사는 길”이라고 하여 (1)수출과 (2)경공업을 강조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런 관점이 적중해서 지금의 삼성그룹 그리고 산업화된 우리나라로 성장했다고 하는데 정말 대단한 인사이트가 아닐 수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2시간이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오늘날 국제 정세에 대하여 보다 잘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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